[15.10.20 매일노동뉴스] “손배·가압류로 조합원들이 죽어 가고 있다”

 

“손배·가압류로 조합원들이 죽어 가고 있다”
손잡고 ‘노란봉투 톡톡쇼’ 국회서 열려 …
“노조법 개정안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연윤정  |  yjyon@labortoday.co.kr
 
 
“파업 같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해배상·가압류가 제기된 금액이 1천300억원입니다. 비타500 한 상자에 5만원권으로 6천만원이 들어가고 이 상자 10개가 사과박스 한 개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1천300억원을 사과박스에 담으면 모두 216개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시민모임 손잡고(대표 조은·고광헌·이수호·조국)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신의 어깨를 톡톡, 노란봉투 톡톡(talk talk)쇼’를 개최했다. 손잡고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줄임말이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해 올해 4월 발의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재 노조활동을 이유로 22개 사업장에 총 1천300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가 제기됐다. 쌍용자동차(47억원)·한진중공업(158억원)·현대자동차(255억원)·KEC(156억원)·MBC(195억원)·유성기업(13억원)·동양시멘트(16억원)·코레일(267억원) 등이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생생한 증언

이날 노란봉투 톡톡쇼에서는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들이 참여해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손배·가압류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 수가 없다”며 “해고로 돈이 필요한데 집이 가압류로 잡혀 대출이 안 되니 결국 제2·3금융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조합원이 상당수 된다”고 밝혔다.

해고자뿐만이 아니다. 공장 안에 남은 조합원들도 지난 6년간 급여의 절반씩 모두 17억원을 떼였다고 전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조합원들의 심신이 죽어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올해 조합원 심리건강실태조사를 해 봤더니 절반이 중증우울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노조절장애로 가정에서 폭력·이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지회는 올해로 5년째 투쟁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옥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은 “회사측은 156억원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는 사표 쓰면 빼 주겠다고 조합원들을 회유한다”며 “우리가 돈 없는 걸 알면서도 손해배상이란 무기를 들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협박한다”고 증언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폭력”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다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노동자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폭력”이라며 “노동자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그 자녀들의 꿈을 부수는 것으로서 이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을 처음 논의한 것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4월16일”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손배·가압류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남은 기간 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해고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면 손배·가압류는 직접 살인에 다름없다”며 “새누리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꽉꽉 막고 있는 실정이지만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지난해 2월 배춘환 주부가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로 고통받는 쌍용차 파업노동자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힘을 모으자며 4만7천원을 손편지와 함께 보내면서 시작됐다. 현재까지 17억원이 모여 손배·가압류 피해가구에 긴급 생계·의료비 지원 등에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