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17 오마이뉴스] 70억? 158억? 손배청구금액, 어떻게 결정될까

70억? 158억? 손배청구금액, 어떻게 결정될까

오는 22일 제1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열려

 

윤지선 기자 yjs16@daum.net

 

상신브레이크 10억, 쌍용자동차 47억, KEC 70억, 현대자동차 90억, 한진중공업 158억, MBC 195억, 철도 201억... 청구되었다 하면 수십에서 수백 억대를 넘나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액. 대체 노동자가 갚을 수 없는 이 금액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걸까?



파업 등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주제로 한 모의법정 경연대회가 열린다.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와 서울대학교공익인권법센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제1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이하 모의법정)를 개최한다.

경연대회에선 한성중공업이란 가상의 회사를 설정해, 파업을 한 노조의 조합원들 150명에게 15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하고, 예비법조인들과 함께 이 결과를 법대로 풀어본다고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를 향한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 근거와 진행과정, 그 한계와 모순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주최측이 밝힌 모의법정 개최 취지다.

국내에서는 노동법을 주제로 모의법정을 개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노란봉투법 모의법정은 아름다운재단과 주간지 <시사IN>이 주최하고 4만 7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노란봉투캠페인'의 지원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과 시민이 하나되어 더 나은 노동을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다.



16개 로스쿨 팀 참가, 8개팀 본선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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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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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법정 집행위는 손잡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5월 20일 공고를 냈고, 총 16개의 로스쿨 팀이 지원신청을 했으며, 서면심사를 통해 8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고 알렸다. 집행위 공고문에 따르면, 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3인의 서면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처 본선에 오른 8개팀은 다시 4개팀씩 묶여 A조와 B조로 나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원고-피고 지위를 부여 받아 본선을 치른다. 이들은 다시 3인씩 총 6인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심사를 받아 각 조에서 1팀씩이 결선에 오른다.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집행위원장인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법 개폐 작업과 동시에 법조계의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가 법조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대회가 한국 사회의 예비법조인들에게 노동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시민들에게 노동법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파업의 정당성 요건'이라는 하위법령에 따라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과 업무방해죄 등 형사처벌을 남용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처벌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ILO(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정부에 "파업을 이유로 노조 간부에게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하고 손배가압류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관행, 지나치게 넓은 필수공익사업장-필수유지업무 제도로 공공부문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법제도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 아직 단 한 조항도 국회 통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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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0일 열린 노란봉투법 입법을 위한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 손잡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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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동자 손배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국회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모의법정의 이름이기도 한 '노란봉투법'은 올 4월 은수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은 곧 불법이고, 불법은 곧 손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합법적 노조활동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과 가족․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법원 결정에 필요한 손배 기준 제시, 영국의 사례를 참고로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을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노란봉투캠페인의 또다른 법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으로 2014년 4월 16일부터 1년간 법조계, 노동계 전문가들과 함께 10회의 간담회를 거치며 완성되었다. 현재 법안소위 심사를 마쳤지만 아직 단 한 조항도 통과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노란봉투법과 본 모의법정을 주관한 손잡고의 이수호 공동대표는 "현재까지도 쟁의행위에 따른 손배가압류 문제로 인해 노동자는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활동의 포기를 강요당하기도 하며, 그 중압감과 부당함에 못 이겨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번 모의법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노란봉투법 입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당부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오는 22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서울대학교 우천법학관(203, 302, 303)에서 진행된다. 이날 결선은 공개되며, 손잡고 홈페이지 또는 SNS를 통해 선착순 방청신청이 가능하다(* 문의 : 손잡고 02-725-4777. www.sonjabgo.org, 결선 방청신청http://goo.gl/forms/EdgjeEDEtX).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6415&CMPT_CD=P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