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요구안] 정부는 노동3권 무력화시키는 손배가압류 철폐하라!

[2020 노동자 손배, 22개 사업장과 국가손배, 58건, 청구금액 658억원]

노동권을 보장해야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이 가능하다

정부는 노동3권 무력화시키는 손배가압류 철폐하라!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래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선언의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 위에 서 있는지 묻고 싶다.

 

     2017년 6월, 우리는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발표와 함께 대정부요구안을 문재인 정부에 전달했다. 주요 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누적된 노동자 손배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민기본권 침해’와 ‘노동탄압’을 목적으로 손배가압류가 악용되었는지 살펴볼 것, 둘째, 악용 사례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요구안 어디에도 이행하지 못할 무리한 내용은 없다. 이를 증명하듯, ILO, 유엔사회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서도 쟁의행위를 가로막는 손배가압류제도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 등 권고가 이어졌다. 우리의 요구는 촛불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서 마땅히 임기내 이행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촛불을 든’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2020년 오늘 우리는, 새로 집계한 ‘노동자 손배가압류’를 지표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권 현주소를 알리고, 다시금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2020년 노동자 손배현황 집계결과, 현재 존재하는 노동자 손배가압류는 22개 사업장과 국가가 제기했으며, 58건, 청구금액 658억여원에 달한다(상세내역 확인 : 2020 노동자 손배가압류 현황).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청구된 손배소송은 28건이다. 청구대상은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않음은 물론, 특수고용노동자, 노조없는 노동자가 포함되는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됐다. 사업장 내 ‘근로기준법 준수’와 ‘안전’을 요구하며 신규노조를 설립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손배도 있다,

     문재인 정부동안 해소된 사건도 22건 존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100억여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로 돌리기는 무리다. 해소 과정을 건건이 들여다보면, 노조와 조합원의 희생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3년동안 조합원들의 임금압류가 집행되어 종결되었거나, 수십억원의 소송과 장기해고의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사라졌거나, 노조탄압 속에서도 투쟁을 통해 다수노조를 지켜 낸 노조가 교섭력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한 경우가 다수이다.

     정부차원에서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경찰청 인권침해진상규명위원회, 국정원개혁위원회,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등 정부는 각 행정기관마다 ‘위원회’를 설치하고, 2년여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도 의미있는 진상조사가 결과가 나왔다.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한 국가폭력, 불법파견․노조 무력화시도 등 사측의 반노동행위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및 책임 방기, 국정원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 등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정부차원의 노동탄압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무엇하나 노동자들의 현실에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변화를 담보하지 않는 진상규명은 희망고문일 뿐이다. 국가폭력, 불법파견, 노조무력화시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노동권을 침해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국가폭력, 불법파견, 노조무력화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로 규명된 노동자들에게 제기된 손배소송 또한 철회되지 않았다. 최근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쌍용차 국가손배 소취하 권고에 대해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권고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공기업인 도로공사는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에도 직접고용 대책을 미루다,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되려 손배소를 청구했다. 이처럼 공공기관마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지침을 무시함에도,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노조법 개정안마저 노동권을 퇴행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에 답해야 할 권고안 중 하나인 ‘파업권 보장’과 ‘손배배가압류 등 쟁의참가 노동자에 대한 민형사처벌 제한’에 대한 내용은 아예 빠졌다. 반면 직장점거 금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제한, 비종사자 조합원 차별,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시키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권 침해 조항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해당 조항들로 인해 노동조합활동이 민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여지만 더욱 확대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호소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은 노동권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각 기관 개혁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쟁의행위가 발생하는 이면에는 사측과 정부의 불법과 노동권 침해가 자리해왔다. 이는 달리 말하면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정부가 제 역할을 다 할 때, 평화롭고 안전한 노사관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자 손배가압류는 사측과 정부의 책임을 배제한 채 노동자의 노동조합활동만을 책임 대상으로 놓은 결과다. 손배가압류 남용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는 부당한 손배가압류는 계속 남용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다시 요구한다.

우리는 현재 누적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의 실태조사와 해결을 요구한다.

우리는 향후 헌법에 보장된 국민기본권 침해와 노동탄압을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용자들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막기 위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우리는 국가가 당사자가 되어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

우리는 손배가압류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2020년 11월 11일

손잡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손해배상가압류 대응 노동현장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