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7 레디앙] 현장직 50명 정년퇴직, 해고자 47명엔 무기휴직

현장직 50명 정년퇴직, 해고자 47명엔 무기휴직

쌍용차, 합의서 무시 일방 통보... 김득중 "10년의 고통, 잔인한 폭력"

유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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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이어온 복직투쟁 끝에 내년 1월 초 복직을 앞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7명이 회사 측으로부터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노사는 해고자 전원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 데에 합의했는데, 회사 측은 당사자인 해고자들과는 직접적인 협의 과정도 없이 무기한 휴직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10년 만에 땀 흘리던 일터를 밟을 김득중, 한상균 등 남은 해고자들이 성탄절 전날에 절망과 분노를 선물 받았다. 공장에 들어 올 수 없다는 통보”라며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 쌍용자동차노조가 어제(24일) 기습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또다시 남은 해고자 삶의 시간을 멈추게 했다”고 밝혔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성탄절 선물 너무 잔인하다. 내년 1월 2일, 10년 만에 부서 배치를 앞둔 저와 46명의 동료에게 어제 쌍용차 사측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 모습(사진=강환주님 페이스북)

쌍용차와 기업노조인 쌍용차노조는 24일 지난 7월에 재입사해 무급휴직 중인 노동자 47명에 대해 휴직기간을 기한 없이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47명 중엔 김득중 지부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포함돼있다.

이들은 2018년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내년 1월 2일 복직할 예정이었다. 당시 노노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작성한 합의문에 따르면, 해고자 119명 전원이 복직하되 60%만 그해 말까지 복직하고 나머지 47명은 올해 7월에 재입사해 6개월 간 무급휴직을 거친 후 내년 초에 부서 배치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쌍용차와 기업별노조인 쌍용차노조는 47명에 대해 급여와 상여 70%를 지급하고 기한 없이 휴직 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쌍용차지부와의 협의는 없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2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전에 통보 받을 내용도 아니지만 일언반구 없이 노사합의서라고 하는 종이 쪽지 하나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상태”라며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고) 20여 명이 긴급하게 모였는데 대부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서 지부장으로서 정말 마음 무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10년 동안 고통 속에서 (복직을) 기다렸던 만큼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복직을 앞뒀던 47명은) 1월 2일 부서배치를 앞두고 그동안 했던 일들에 다 사표를 내고 이사한 분도 있다. 몸이 좀 안 좋아서 한 달 전에 사표를 내서 몸을 만드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자동차 포함해서 자동차산업이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쌍용자동차의 위기가 최근에 발생한 것은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지금 47명에 대한 부서배치 문제는 그것과 다르다. 올해 현장기능직의 정년 퇴직자가 50명이다. 이 분들이 떠난 자리에 47명이 들어가도 3명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노노사정 합의 때도 신규채용은 어렵다는 것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가 18년도, 19년도 정년퇴직자 수만큼 해고자들이 숫자가 맞아서 합의를 했었다”고 부연했다.

김 지부장은 “(47명 노동자들도) 7월 1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쌍용자동차 임직원”이라며 “위기엔 공감하지만 그 위기를 10년 동안 고통을 견뎌내면서 현장에서 작업복 입겠다는 일념으로, 희망으로 버텨왔던 분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잔인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