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5 경향신문] “복직 위해 사표내고 왔는데”…눈물 보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위해 사표내고 왔는데”…눈물 보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52218001&code=940702#csidx88d56e0d2a3b82b98d46e35ed857d1d 

 

· 쌍용차, 복직 예정자 47명에 ‘무기한 휴직 연장’ 통보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잔인한 성탄 선물…배신감 느껴”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저 오늘 사표내고 왔어요.” 

쌍용자동차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한 없는 휴직 연장’ 통보를 받은 복직 예정 노동자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에게 눈물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1월2일 복직을 위해 다니던 곳에 사표를 냈는데 복직이 당분간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2009년 정리해고된 뒤 10여년 만에 다시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가 꺾였다.

김득중 지부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성탄절 선물, 너무 잔인하다. 10년 만에 부서 배치를 앞둔 저와 46명의 동료에게 어제 쌍용차 사측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지새웠던 긴 밤,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는 전날 지난 7월1일 재입사해 무급휴직 중인 노동자 47명의 휴직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휴직 기간 중 급여·상여는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47명은 내년 1월2일 복직할 예정이었다. 47명에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 지부장 등이 포함돼 있다. 2018년 해고자 복직 합의 뒤 그해 12월 말 71명이 복직하고 현재 47명이 남아 있다. 휴직 종료일은 라인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노사가 합의할 예정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통보를 받은 당사자들이 긴급모임을 했다. 모두가 지금 멘붕(멘탈붕괴) 상태고 다 큰 어른들이 눈물까지 보여서 마음이 되게 착잡하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도 해고자 복직 합의 때까지는 노노사정(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회사, 정부)이 논의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모든 것을 기업노조와 회사가 협의해 정하고 있다”며 “이번 무기한 휴직 연장 합의서도 당사자들을 빼고 기업노조와 회사가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가 지난 24일 체결한 합의서.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가 지난 24일 체결한 합의서.

김 지부장은 “오늘 긴급모임에서 정말 분노를 넘어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며 “내년 1월2일 부서 배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회사의 경영 위기에 공감하지만 해고로 인한 고통을 10년째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정말 잔인하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통보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긴급모임에 오신 분들 대부분이 사표를 내거나 다른 지방에서 생활하다가 이사를 했다. 그리고 어떤 분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한 달 전에 사표를 내고 몸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가지고 내년 1월2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서 다들 말을 잇지를 못했다”고 했다.

이번 무기한 휴직 연장 통보는 회사가 복직 투쟁을 이끌었던 김득중 지부장, 한상균 전 위원장 등이 공장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복직 예정자들은 휴직 기간 중 급여·상여 70%를 받는다. 만약 이들이 내년 1월2일부터 출근해 일한다고 가정하면 회사는 나머지 30%만 추가로 더 지급하면 된다. 최근 쌍용차 경영 사정이 녹록지 않지만 이 정도의 금액을 47명에게 추가로 주는 것이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 

회사는 최근 통상상여 200% 삭감, 2020년 임단협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동의서’를 노동자들로부터 받고 있는데 금속노조 출신 리더들의 복직이 이뤄지면 동의성 징구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동의서대로라면 내년 노동자 연간 임금이 1800만원가량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