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31 미디어오늘] 이들의 ‘갑질’은 비행기 승객이 내린 뒤 시작된다

이들의 ‘갑질’은 비행기 승객이 내린 뒤 시작된다

대한항공 기내청소노동자 직장내괴롭힘·진료경험 평균치보다 3배 높아
기내 청소노동자, 손배가압류 철회·노동조건 개선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중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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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폭언하거나 화장실 청소 업무만 반복적으로 시키는 등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 녹취가 공개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31일 오전 인천 남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의 손배가압류 즉각 철회와 성실교섭,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수사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 중인 이들은 오후 5시 현재 노동청 사무실 복도에서 정민오 청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기내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한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가 함께 진행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 82명(전체 조합원 140여명) 가운데 75%가 지난 ‘1년간 직장에서 상사 등으로부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체·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54%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료나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는 직장갑질119가 이달초 발표한 경제생활인구 1000인 표본 대상 조사결과와 비교해 심각한 수치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은 표본 조사결과인 19%보다 3.5배에 달하고, 진료상담 경험도 표본 값(7%)보다 크게 높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은 일반적인 직장상황이 아니다. 1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감당해오면서 친사용자 노조와 차별과 인사상 불이익도 이어졌다”며 “지난 2016년 대표적 노조파괴 사업장인 유성기업 노조원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1일 오전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최고원청인 대한항공의 2차 하청업체 EK맨파워 소속으로 일한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 업무를 하청업체 EK맨파워에 맡기고 있다. 이들은 대다수가 여성이며 평균 연령은 55세로, 평균 세전 200여만원을 받고 일한다. 노조는 지난 23일 △손배가압류 즉각 철회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수사 △체불임금 확정액 지급 △19년 임금 요구에 성실 교섭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휴게시간과 생활임금 보장, 체불임금 지급, 노조탄압 중단과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며 쟁의행위를 이어왔다. 원청인 한국공항과 하청 EK맨파워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활동을 감시하고 탈퇴를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 노조는 고발조치한 바 있다. EK맨파워는 지난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의 쟁의행위에 1억1600만원 상당의 손배가압류 금액을 청구했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이날 조합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사례를 담은 조사결과와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조합원들은 실태조사 서술형 답변에서 임원과 경영진, 상급자 등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라바토리(기내 화장실) 오물수거 작업을 반복해 시키는 등의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조합원 A씨는 “청소노동자들은 비오는 날 (일하며) 우산을 쓰지 못해 비닐봉투를 쓰고 다니는데, 비가 와 비닐을 썼더니 감독이 낚아채며 ‘민주노총은 비닐도 무겁다고 (불평만) 하니 쓰지 말라’며 못쓰게 했다. 결국 비를 그대로 맞고 걸어왔다”고 증언했다. B씨는 “기내 밀테이블(식사테이블)을 닦던 중 너무 더러워 (중심을 잡기 위해) 앉아서 닦았더니 ‘너는 밀테이블도 앉아서 닦냐?’고 했다”고 답했다. 조합원 C씨는 “객실을 청소한 뒤 지급되는 물을 먹는데, 관리자가 (조합원인 본인에게) ‘겁대가리가 업지. 물을 함부로 먹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봐’라며 반복해 말했고, 눈물이 나와 참았다”고 했다.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31일 오전 인천 남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복도에서 정민오 노동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실태조사 결과 노동자들의 괴롭힘 경험과 수준, 진료상담 경험, 안전 체감도 수치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났다”며 “이미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심각한 갈등과 차별적 불이익, 괴롭힘에 노출돼 있음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원청인 한국공항과 하청 EK맨파워 관계자,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 등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등으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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