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03 한겨레] “인권위가 국가 손배소송 멈춰달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호소

“인권위가 국가 손배소송 멈춰달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호소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8516.html

 

경찰청 진상조사위 ‘손배 소송 철회 권고’에도 
법무부·경찰·정부 책임 떠넘기며 철회 안 해 
노동자들 “인권위, 대법원에 의견 제출해달라”

국가손배대응모임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가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건물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 소송 10년,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손배대응모임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가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건물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 소송 10년,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쌍용차 노동자 채희국(48)씨는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77일 동안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를 당했다. 2013년 3년 간의 소송 끝에 복직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회사는 손해 배상을 이유로 채씨 급여의 절반을 가압류하기 시작했다. 1년 넘게 반토막 월급을 받으며 채씨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도저히 갚지 못할 것 같은 ‘수십억’이라는 돈 앞에서 채씨는 무기력해졌다. 손해배상 소송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2016년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했지만, 파업을 진압했던 경찰이 2009년 ‘장비가 파손됐다’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계속 진행됐다. 2016년 2심 법원은 2016년 쌍용차 노동자 등 103명에게 국가에 11억67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채씨는 “누군가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가압류의 시간으로만 채워지는 시간들은 견디기 힘들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국가손배대응모임과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3일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 소송 10년,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이 열었다. 이들은 “국가의 손해배상소송이 철회되지 않는 한 국가폭력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가손해배상소송은 지금도 철회되지 않고 있다. 인권위가 나서야 한다”며 “대법원이 국가폭력 피해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의 정당성을 ‘인권’의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할 수 있도록 인권위에서 의견을 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가손배대응모임 등은 기자회견 뒤 대법원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는 의견서와 최영애 위원장과의 면담 요청서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인권위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은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가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국가에 권고해 경찰청장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진행이 안 됐다. 법무부와 경찰청이 서로 떠넘기면서 미뤄오는 동안 피해자들은 계속 고통당하고 있다”며 “이제는 인권위가 나서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손배가압류는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복적 행위이자 노조 파괴 행위다. 이런 행위를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인권위가 인권적 관점에서 ‘손배가압류가 없어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상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역시 “손배가압류는 국가가 국민의 입을 막고, 노동자가 노동3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입과 손을 막는 이른바 ‘괴롭힘 소송’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학자들과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에도 그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 있는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인권위는 국민의 인권 입장에서 다른 정부 기관을 감시할 것을 명 받은 국가기관이다. 잘못된 국가의 괴롭힘 소송 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적 권고를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주형 천주고 서울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2월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해 손배가압류 노동자에게 직접 손수 편지를 쓴 적이 있다. 2017년 대선 후보 때도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소송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며 국가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