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 노동자 목소리] "저는 10년째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쌍용차지부 채희국 조합원) 

오늘(4/3) 손잡고가 간사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손배대응모임이 쌍용자동차지부와 국가인권위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소송 10년, 멈춰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손배가압류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참여했습니다. 당사자 가운데 채희국 조합원이 발언을 했는데요, 손배가압류가 노동자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절히 와 닿는 내용에 발언 전문을 옮깁니다. 함께 읽어보시고,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10년째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쌍용자동차지부 채희국 조합원(4/3 국가인권위 기자회견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쌍용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는 채희국입니다. 2009년 77일 옥쇄파업 당시 공장안에 있었으며 그 이유로 징계해고가 되어 3년간의 해고소송에서 이겨 2013년 복직하였습니다.

  복직 후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손해배상을 이유로 급여에 절반을 가압류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09 퇴직금 절반)(2013,2~2014,7급여 가압류)(회사손배철회 2016년 임단협)(국가 1000만원 압류) 

   급여가 가압류 되면서 집 앞에 있는 산에 자주 올라 갔습니다. 잔업을 마치고 늦은 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올라 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작정 산에 올라 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처음 당하는 손배가압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하소연 할 곳도 없어 아무도 없는 산으로 숨으러 갔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기도 해서 산에 갔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 보면 손배가압류가 가져다 주는 고통을 받아내는 시간이었고, 손배가압류로 인해 제가 받고 있는 심리적 압박에 대하여 곱씹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손배가압류는 저에게 외로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외로움은 타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없어 위로 받기도 힘들었습니다. 무기력감도 함께 왔습니다. 도저히 갚지 못할 것 같은 몇십억이라는 큰 돈의 무게에 저는 무기력해졌습니다. 가압류로 인해 반으로 줄어든 급여는 가정생활에도 심각한 압박을 주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무기력감은 나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처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나의 시간은 사라진체 가압류의 시간으로만 채워지는 시간들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 받았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 되었습니다. '나 하나쯤 어떻게 된다고...'하는 고민을 여러번 했습니다.

  손배가압류는 세상으로부터 저를 분리시켰고 고립시켰으며 피해나갈 길을 가로막아 끝이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2009년 여름, 힘든 처지에 내몰린 동료와 함께 하기 위해 공장 안에 있었습니다. 당시 공장안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과 함께 서로를 위로하며 아픔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손배가압류는 어려움을 나누었던 감정마저 위험한 일로 변질시켰고 기본적 인간성 마저 마비 되도록 저를 괴롭혔습니다. 악랄하고 집요하게 인간성을 파괴시켰고 지금도 저를 파괴 시키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개인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심성과 생활을 철처히 짓밟고 가정을 파괴시켜 사회를 변질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로 인식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2009년 쌍용차 노동자를 진압했던 경찰의 폭력성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없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피해까지 노동자의 잘못으로 몰고가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황당한 일은 이제 멈추어져야 합니다.

   저는 매일매일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10년간 갇혀 있던 투명한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인권위 기자회견+보도자료]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괴롭힘소송 10년, 멈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