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보도자료] “법원은 KEC 노동자들의 삶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KEC 156억 손해배상소송 올바른 판결 촉구 기자회견]

“법원은 KEC 노동자들의 삶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KEC가 지회 조합원 88명에게 청구한 156억의 손배소 1심선고가 12월 24일에 예정되어있습니다. 쟁의행위를 사유로 수백억의 손배소를 청구하는 것은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은 물론, 156억의 손배소는 노동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에 KEC조합원들의 인권마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큽니다. 

이에 손잡고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함께 선고를 앞둔 12월 22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KEC 156억 손해배상소송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아래와 같이 개최합니다. 

많은 참여와 취재 부탁드립니다. 

 

■ 일시 및 장소 : 2015년 12월 22일(화) 오전 11시 /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법 사이)

■ 주최 : 손잡고(손해배상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손잡고) / 전국금속노동조합

■ 순서 :

-참석자 소개

-벌언1 : 이수호 손잡고 공동대표

-발언2 :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

-발언3 :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발언4 : 김성훈 금속노조 KEC지회장

-손배가압류 피해 사업장 발언 :

-마무리 발언 및 기자회견문 낭독 :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기자회견문>

법원은 금속노조 KEC지회 노동자들의

삶을 빼앗는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금속노조 KEC지회와 조합원들은 12월 24일 회사가 청구한 156억이란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KEC 노동자들이 맞이할 성탄 전야가 위태롭다. 우리는 판결에 앞서 법이 인간의 삶을 짓밟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호소하고자 한다. 노조파괴에 맞서 싸운 지 6년째다. 지나온 시간은 잔인했고 맞이할 시간 역시 잔인하다. 인간이 인간에게, 법이 인간에게 이처럼 가혹하고 잔인할 수 있다는 게 참담하다.

금속노조 KEC지회 노동자들은 2010년 6월 30일 새벽 여성기숙사에서 용역깡패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그 아수라장 같던 순간은 고통스런 6년의 서막이었다. ㈜KEC는 노조파괴를 기획했고 비정할 만큼 실행했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노조파괴에 혈안이 된 자본에겐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조파괴가 유행병처럼 번져나갔다.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아산 유성기업. 이들 자본은 똑같았다. 노동조합의 일상적 임금 및 단체교섭을 묵살하고, 단체협약을 무시했으며, 약속이라 여겼던 모든 것은 깨졌다. 저들은 한결같이 교섭을 거부했다. 직장폐쇄로 공장 밖으로 몰려난 노동자들은 100일이 넘도록 교섭에 나서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고 권력은 모든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자본을 끼고 돌았다.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죄를 지은 자들은 누구인가?

공장생활 20년, 사원을 가족처럼 여긴다던 회사를 믿었던 순진한 노동자들. 경찰은 민생치안의 보루라 여겼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보다 자본이 무서운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노조파괴가 부른 또 하나의 고통인 손해배상으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하는 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금지되지 않고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 야만적 탄압을 지속할 것인가? 얼마나 더 죽어야 손배를 금지할 것인가? 노동자는 투쟁했다는 이유로 해고와 구속을 감당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적 책임까지 강요하는 것은 제도를 악용한 살인이다.

금속노조 KEC지회 노조파괴에 직접 관여했던 자들은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들에게 떨어진 형은 겨우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함을 상징한다는 대법원의 천칭저울은 노사관계에서는 언제나 자본 편으로 현저히 기운다.

금속노조 KEC지회와 88명의 노동자들은 오늘 다시 묻는다. “재판장님!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겠다는 노사합의는 대체 어디서 보장되는 겁니까? 저희는 대체 누구에게 합의를 지키라고 해야 합니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이 노동자들의 간절함을 법원은 겸허히 경청하길 촉구한다.

 

2015년 12월 22일

손잡고 / 전국금속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