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 고통 노동자에 동아줄 되어줄 것”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ㆍ‘손잡고’ 출범 3돌…배춘환 대표·박래군 상임위원
ㆍ사용자가 천문학적 금액 제시로 ‘노동탄압’ 비일비재
ㆍ노조법 개정 촉구·연극 ‘노란봉투’ 등으로 지속 호소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 천막에서 ‘손잡고’ 배춘환 대표(왼쪽)와 박래군 상임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준헌 기자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 천막에서 ‘손잡고’ 배춘환 대표(왼쪽)와 박래군 상임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준헌 기자

‘손잡고’라는 말은 넘어진 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힘이 있다. 오는 26일 3돌을 맞는 시민모임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대외 명칭이기도 하다. 사용자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탄압의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청천벽력 같은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아든 노동자들과 작은 온기라도 나누자는 염원을 담아 ‘손잡고’가 생긴 뒤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 천막에서 손잡고의 배춘환 대표(41)와 박래군 상임위원(56)을 만났다. “마음속이 ‘화’로 가득 찬 3년이었어요. 손배가압류는 어찌 보면 생존의 문제인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법원, 경찰, 노동청 아무 데도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2013년 47억원 손해배상을 선고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성금을 보내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처음 제안한 배 대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을 “아들 셋 둔 평범한 엄마”라고 소개한다. 복잡한 노동관계법과 현장의 절규를 일반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 연설을 하고 글을 쓴다. 

박래군 상임위원은 손잡고의 실무자에 가깝다. 오랜 기간의 인권운동으로 각계 인맥이 넓은 덕에, “주로 국회에 ‘로비’하는 일을 한다”며 웃었다. 손잡고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고 노동자 개인에게 손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여당 반대로 자동폐기된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 다시 발의된 상태다. 

두 사람은 “손배가압류 문제는 생존권과 인권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손배소 총액은 1600억원, 가압류 금액은 175억원에 달한다. 최근 법원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에게 90억원을 회사에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금액을 짊어지는 순간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 위원은 “무엇보다도 노동과 시민의 거리를 좁힌 것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했다. 손배가압류를 ‘빨간 머리띠’를 두른 노조원들의 문제가 아닌, 시민 개개인의 노동과 권리 문제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손배가압류의 근거가 되는 노조법 조항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사문화된 법이었다”며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자본은 노동을 억누를 수단을 찾아낼 것이다. 노동에 대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잡고는 오는 4월 손배가압류 문제를 다룬 연극 <노란봉투>를 대학로 연우소극장의 무대에 다시 올리는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손배 피해자들의 생계비·의료비 모금활동도 계속한다. 배 대표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손배가압류 때문에 고립되고 피폐해진 노동자들이 지탱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232153025&code=9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