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국회의 문턱을 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기자회견문>

국회의 문턱을 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 노동권 침해 악법, 손배가압류 개선방안을 질의하며 -

(첨부파일 참조:  하기 '노동자 손배가압류 총선질의 기자회견 보도자료')

 

우리는 헌법에 노동3권을 보장하는 나라의 국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3권을 훼손하는 악법 중의 악법인 손배가압류로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이다. 우리는 국가마저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악용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2003년 배달호 열사의 죽음을 비롯해 수많은 희생을 통해 국가와 기업이 권리를 행사한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남용한 사실을 목격한 증인이다.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국가가 나서 손배가압류를 자제하라’는 부끄러운 권고를 받고도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의 무능력함을 지켜봐야 했다.

 

20대 국회 동안에도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희생이 이어졌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위축시키는 것을 넘어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국회도 책임이 있다. ‘4만7천원’ 노란봉투캠페인으로 국민이 스스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할 때,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 입법의 불씨를 담은 노란봉투법안(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2017년 1월, 발의된 이후 3년이 넘어서도록 단 한 차례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임기의 절반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발의된 법안을 논의조차 못한 것을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가 기본권을 행사한 국민에게 제기한 민사소송을 막는 ‘괴롭히기소송금지법’(민사소송 특례법안)도 2018년 10월 발의되었지만, 논의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 끝내 폐기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소명조차 들을 수 없을 것이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도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썼다. 기가 막히게도 20대 국회의원들 스스로 ‘식물국회’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절망일 수밖에 없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20대 국회를 ‘선거로 심판해달라’고 국민 앞에 요구하기 전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하고, 무엇을 바로잡고자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특히 20대 국회 원내정당은 반성없이 ‘심판’을 입에 담고, ‘표’를 달라할 자격이 있는가 자문하길 바란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우리는 손배가압류로 노동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을 바꾸려는 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더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각 정당에 직접 질의를 하고자 한다.

 

국회의 문턱을 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지금 귀 정당은, 귀 정치인은 국민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에게 최소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리를 온전히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는가. 헌법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 노동자 손배가압류를 21대 국회에서도 그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21대 국회 입성을 바라는 각 정당은 제대로 답변하라.

 

2020년 3월 25일

손잡고, 노동권을 침해당한 손배가압류 노동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