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문+보도자료] 국가폭력 10년,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폭력 이제 멈추자

<기자회견문>

국가폭력 피해 10년, 

쌍용차 노동자 괴롭힘 이제 멈추자

 

국가폭력 10년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간 우리는 대법원 앞에서 하는 이 호소가 부디 쌍용차사태와 국가폭력을 멈추기 위한 마지막 호소이길 바란다. 

  10년의 시간 동안 국가와 기업의 폭력 속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방치돼왔다. 세 번의 고공농성, 네 번의 단식농성, 삭발, 오체투지, 상하이와 인도, 대한문과 광화문,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과 법무부를 오가며 절박한 노동자들은 폭력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서른 명의 희생자를 떠나보냈다. 10년동안 매 정권마다 절박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때로는 희생자 영정 앞에서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피고’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법원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지난 7월, 10년 만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쌍용자동차 사태 진압 과정에서 국가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개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남용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 

  폭력의 수단을 놓지 않는 한 폭력이 멈출 리 없다. 국가손배가 계속되는 한 국가폭력은 현재진행형이고 쌍용자동차 사태는 끝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가 폭력을 멈추지 않으니 민간기업인 쌍용자동차 역시 손해배상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벌 수도, 갚을 수도 없는 손해배상금에 매일같이 지연이자가 붙는다. 2013년 11월, 스러져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와 기업에 배상하라고 선고된 47억원은 6년이 지나는 동안 지연이자가 쌓여 100억원을 넘어섰다. 법원도 이 금액을 노동자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2심 재판부는 같은 판결을 계속했다.

  2014년 쌍용자동차 47억원 배상판결이 알려지며 많은 국민이 스스로 모금활동을 펼쳤다. <노란봉투캠페인>은 어떻게든 손배가압류 당사자들이 돈 앞에 절망하지 않게 하려는 국민의 의지이다. 국민의 입법청원으로 19대-20대 국회에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발의됐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와 기업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괴롭힘소송금지법>도 20대 국회에 발의됐다. 국제사회의 권고도 이어졌다. 2017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 뿐 아니라 국가까지 나서 손해배상을 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명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나섰다. 최근 인권위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기본권 보호의무가 있는 국가가 당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해태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노동3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심리·판단”할 것을 대법원에 주문했다. 

  노동자가 스스로 생존과 권리를 위한 돌파구를 찾고, 국민이 나서 연대의 힘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국내외 단체에서 인권보호를 호소하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헌법을 수호하며, 인권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국가는 국가폭력을 저지르고도 모자라 책임판단마저 끝내 대법원에 미루었다. 

  이제 경찰과 쌍용자동차의 폭력수단으로 악용된 손해배상청구는 대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내년이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모두 공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100억원의 무게에 짓눌릴 수 있는 현실 앞에 기뻐할 수조차 없다. 이미 올해 초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노동자가 첫 임금이 가압류 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언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을 두고, 국가폭력 당사자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섰다. 

  우리는 대법원에 강력히 요청한다. 

  대법원은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헌법이 무엇보다 우위에 있는 가치’임을 경찰과 기업에 분명히 하라.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노동3권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리를 우선하고, 국가의 공권력 남용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다하라.

 

2019년 12월 19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국가손배대응모임(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강정마을회,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생명평화결사, 손잡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충남건설기계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영동・아산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남지역본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쌍용자동차 국가폭력 피해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