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18 한겨레] [왜냐면] 항소심 판결 앞둔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 송영섭

[왜냐면] 항소심 판결 앞둔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 송영섭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86392.html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노조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 심종두, 김주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항소심 판결의 선고가 오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나온다. 지난해 8월23일 1심 법원은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전무 김주목씨에게 각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유성기업,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서 회사의 어용노조 설립에 개입하고 노조파괴를 방조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며, 공인노무사로서 법을 준수해야 하는데도 노조법과 헌법 33조 단결권 침해를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선고 직후 이들은 법정구속됐으나 심종두 대표의 실질적인 구속 기간은 3개월가량에 불과했다. 이들이 항소를 제기하고 나서 심씨는 지난해 11월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성기업,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와 민주노조의 조합원 수 감소 내지 상급단체 탈퇴, 조직형태 변경 및 회사노조로의 전환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자문료와 성공보수금을 받았고 장기간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여 노조파괴행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회사 입맛에 맞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내부 ‘홍보전단지’ ‘총회 소집요청서’ ‘임시총회 회의록’ ‘노조 규약과 설립신고서’까지도 만들어 주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사측노조 홍보 전단지에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업별 노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나오지만 정작 노조의 운명을 결정한 자는 창조컨설팅이었던 셈이다. 총회 회의록에는 의장을 비롯한 발언자의 발언 내용과 순서까지 정해져 있고 정작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앵무새처럼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노동조합의 자치규범인 ‘규약’까지도 만들어 주었다. 현재 창조컨설팅에 적용된 혐의는 유성기업,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서의 노조파괴행위이지만, 창조컨설팅이 노무자문을 한 회원사는 제조업, 건설업, 보건의료업, 공공기관, 통신, 금융업, 서비스업, 운수업, 비영리단체를 망라해 모두 167곳에 이른다.

 

노동조합운동의 초기 단계부터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노동조합의 약화를 도모해왔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33조에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컨설팅과 같은 괴물이 우리 사회에 출현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은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잘 나타나 있다.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상 벌금형으로만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고,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된 경우 ‘증거’ 유무가 핵심”이므로 “서면자료 및 발언, 녹취 내용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되지 않도록 평상시 훈련·교육이 되어 있어야 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쉽게 말해 들키지 않게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들켜도 처벌이 세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 기소율은 9.5%에 불과하고 이는 일반사건의 45.7%에 크게 뒤처진다. 사용자로서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도 처벌되지 않고 설령 처벌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반면,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동조합 조직력 약화와 근로조건 저하로 인해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크다. 창조컨설팅은 노동3권을 경시하고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너무나도 관대한 법과 제도가 낳은 괴물이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파렴치한 노조파괴행위를 일삼은 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다면 노사관계는 다시금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변호사)